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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감정과 도덕성 분석

by 정보의주인 2024. 1. 13.

군중 속에서의 개인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연구하기 위해 사회심리학에서는 ‘군중심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중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쉽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심리현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특정 사건에 대해 대중매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만으로 판단하게 되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개개인의 주관적인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인 군중심리가 가져오는 문제점 및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군중심리라는 단어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이 처음 사용하였다. 당시 파리 시민들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의 군대 행진을 보고 흥분해서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던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민들이 한 마리 말처럼 움직인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이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방식을 설명하는데 활용하였다. 즉,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군중심리의 발생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환경 요인으로서 주변 상황과의 상호작용이며, 두 번째로는 유전적 요인으로서 생물학적 진화과정 중 획득한 본능이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요인으로서 역사적 경험 혹은 학습 과정에서 습득했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위의 세 가지 요인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군중심리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첫째,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릴 때 객관적인 근거 없이 남들의 반응에 휩쓸려 자신의 의사결정을 수정한다는 점이다. 둘째, 여론 형성 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보다 나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군중심리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첫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둘째, 소수의견을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군중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1960년대 미국 사회학자들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이 학문의 목적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1964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때 한 흑인 남성이 경찰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백인 여성 두 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그 남자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세 명은 쓰러진 남자 위에 올라타 머리를 짓밟았습니다. 얼마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네 명이 권총을 꺼내 들고 “꼼짝 마”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폭행을 가했습니다. 결국 여섯 명의 용의자 중 다섯 명이 체포되었고, 나머지 한 명은 도주했습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그녀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까요? 이러한 현상을 ‘구경꾼 효과’라고 합니다. 구경꾼 효과란 다수의 개인이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 자신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타인의 행위를 모방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즉, 누군가가 옳은 일을 하면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옳다고 생각하며, 옳지 않은 일을 하면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TV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곤경에 처했을 때 아무 관련이 없는 제삼자가 나서서 도와주는 장면을 봅니다. 이것 역시 구경꾼 효과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점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현대 사회에서의 올바른 시민의식 함양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구경꾼 효과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먼저 첫 번째로는 동조심리(conformity)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동조심리는 자기 혼자만의 판단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영향을 받아 결정을 내리는 성향을 말합니다. 특히 SNS 등 온라인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이용자 10명 중 8명이 친구 혹은 지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다고 합니다. 또한 유명인의 말 한마디면 순식간에 여론이 형성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 열풍이 불었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 대부분이 피해자와의 친분 관계를 강조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과연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군중심리(herding)가 있습니다. 군중심리는 무리 지어 다니며 서로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특성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848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입니다. 당시 시위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행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죄수복 차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범죄자처럼 보였으며, 자연스레 시위대 전체가 공범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생긴 후유증으로 인해 파리는 100여 년 동안 암흑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 있습니다. 인지부조화이론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태도 사이에 부조화가 생기면 불편함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마음속에 상반되는 믿음 또는 태도가 공존하면 스스로 갈등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존의 태도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을 폭행하는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 자체가 이미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원인으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습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뜻입니다. 앞선 예시에서처럼 무고한 사람을 폭행하는 영상을 보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실제 범인에게는 동정심을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이렇듯 합리적인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팍팍해질까요?
다섯 번째 원인으로는 권위주의(authoritarianism)가 있습니다. 권위주의는 조직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주로 리더의 강압적인 명령 체계로부터 비롯됩니다. 회사원 A 씨는 상사 B 씨에게서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B 씨는 부하 직원 C 씨에게 사소한 실수라도 발견되면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면서 수시로 폭언을 일삼았고, 급기야 손찌검까지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B 씨는 이전 직장에서도 똑같은 문제로 해고당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C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때의 충격으로 아직도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원인으로는 맹목적 추종(blind obedience)이 있습니다. 맹목적 추종은 비합리적인 대상에 무조건 복종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6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심각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7번째 원인은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입니다. 문화상대주의는 각 문화권마다 고유한 가치체계가 존재하므로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첫째, 다양성의 인정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나랑 맞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다름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 균형 감각 유지입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시각은 지양해야 합니다. 셋째, 비판적 사고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발전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군중심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군중심리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군중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해야 합니다.